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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취업

[영국 개발자] 맨체스터에서의 개발자 생활 2개월차

by 핑쿠 2021. 9. 2.

안녕하세요 핑쿠입니다 :) 💕

 

오늘은 영국에서의 새내기 주니어 개발자 2개월 차 생활에 관련된 글을 적으러 왔습니다..!

아 맨날 써야지 써야지 미루다가 오늘 쓰게 되었네요.

 

으어어ㅓㅓㅓㅓ

위염까지 걸려가지고 아주 죽겠습니다... 어쨌든... 예예...


 

회사에서 찍은 참 사랑스러운 영국의 이 흐린 날씨 어휴어휴

 

학교를 다니다가 만나게 된 남편과 영국-아일랜드/영국-한국 장거리 데이트를 열심히 하면서, 2019년 드디어 아일랜드에서 Networking Tech 과를 졸업하고 영국으로 오게 되었다. 처음 6개월은 취업을 하러 온 게 아니고 같이 한번 살아봐야 할 거 같아서 무비자로 지낸 6개월이라, 간간히 취업 준비를 하는 정도로 지냈다. 처음에는 내 전공을 살린 네트워크 엔지니어 쪽을 찾아보는데, 워낙 개발직 종이랑 비교하면 구직 수가 터무니없이 적어서 graduate jobs 은 특히나 찾을 수가 없었다. Amazon이나 다른 큰 기업에서 내 링크드인을 보고 연락이 왔지만 다 dublin에 위치한 대기업들이었고, 나는 더블린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보니,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맨체스터에서 개발자 취업 준비를 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나는 우리 과에서 굉장히 캐리력이 있는 친구였다. 조별 과제도, 시험 점수도, 워낙 점수란 점수는 잘 받아내다 보니까 친구들이 나를 믿고 준비할 수 있는, 실습 할 때 굉장히 빨리 하고서 늘 친구들 뒤에서 도움 줄려고 서있어서 재수 없는 친구였다고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그랬다. 졸업 당시 굉장히 어렵고 난이도 있는 프로젝트를 내가 진행하려고 해서 같이 하던 다른 친구 한 명이 '우리 그냥 주제 바꿀까?' 하며 의기소침 이야기를 꺼내길래 내가 '야.. 그래도 이걸 우리가 해내면 분명 결과도 좋고 교수님들도 좋아하실 거야. 너 나중에 일 구할 때도 엄청 도움 될 거고. 신기술이다 보니까...' 구시렁구시렁, 설득해내서 결국 둘이 프로젝트의 끝을 봤던 기억이 있다. 지금 그 친구는 연봉 7-8천만 원 받아 가면서 Facebook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고민이 많기도 했다. 더블린에서 내가 살 의향이 있고, 알맞은 비자도 있었다면 쉽게 좋은 회사에서 네트워크 엔지니어를 할 수 있었겠지, 하면서. 그치만 그간 네트워크 엔지니어 직종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개발자로 가능하다면 바꾸고 싶다는 고민들이 있기도 했었다. 고민만 해봤지 정말 할 생각은 없었는데, 현재 개발자로 일하는 남편이 비전공자 개발자가 영국에 많다며 굳이 컴퓨터 전공이 아니어도 개발자 준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용기를 주었다. 우리 과가 컴공만큼 프로그래밍 비중이 대부분이 아닌 것뿐이지 70퍼센트는 그래도 다 프로그래밍이었다. 아예 비전공까지는 아니고 어느 정도 했었어서 사실상 비전공자가 개발자 취업 준비하는 것보다는 전혀 힘들지는 않았다. 팩트를 하나 더 추가하자면 어차피 대학에서 배운 것들은 취업하면 별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취업 준비에 대한 관련 글은 나중에 적어야겠다. 오늘은 회사 생활과 관련되어서 장단점과 요즘 고민, 느끼는 점에 대해서 정도만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2개월 차 신입 새내기일 뿐이지만!


회사 생활

 
한 회사에서 파생되어서 나온 회사가 우리 회사인데, 서로 위아래 층을 쓴다. 우리 회사만 해도 2백명이고 밑에 층 회사도 몇백 명 되니까 그렇게 작은 스타트업 회사는 아니다. 다른 회사에 설루션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며, 우리 회사는 클라우드 쪽으로 특화가 되어있는 회사며 구글 파트너 회사이다. 본사는 맨체스터에 있으며, 주니어 개발자를 총 두 명 뽑았는데 주니어 개발자만 본사 출근을 하고 있다. 적응이 어느 정도 되면 다른 개발자들처럼 재택근무가 가능해질 듯하다. 매니저도 사실 잘 모르겠다고 한다. 정말 그냥 상사의 재량에 따라서 결정된다며 일단은 두고 보자고 하셨다. 

회사에서 아침을 준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안하는 듯하다. 그래서 매일 열심히 아침/점심 챙겨서 다닌다. 이번 주는 아파서 거의 집에서 일했다. 뭔가 사정이 있어서 집에서 일하는 건 가능하다. 

 

오피스로 출근하는 사람이 그닥 없다 보니 가끔은 왜 우리도 오피스로 나와서 일을 해야 되나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언젠가는 나도 집에만 있게 되는 그날을 꿈꾸며 일단은 열심히 기차 타며 오피스로 출근하고 있다.

 

주니어라고 정말 작은 것 정도만 유지보수 시키는게 아니라 회사에서 실제로 사용할 플랫폼 만드는 프로젝트를 우리한테 맡겼다. 이미 python으로 어느 정도만 제작이 되어있는 프로젝트인데, 아마 비슷하게 각자 언어로 만들면서 배워보라는 시간인 듯하다. 나는 Java로 진행 중이고 다른 주니어 친구는 C#으로 진행 중이다. 나름 의미 있는 시간들이라 생각하고 있다. 가끔은 새로운 티켓을 시작해야 되는데 시니어 분들이 너무 바빠서 아직도 설명을 제대로 못 듣는 날들이 생기곤 하는데 그게 바로 지금 롸잇 나우인 듯하다...

 

 

 

 

 

 

 


 

장점

 

스타트업일 경우 회사 내 시스템 구축이 잘 안 돼있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지금은 괜찮아 보인다. 전에 사람들 회사 리뷰 글들을 보면 불만 섞인 말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시스템들이 자리 잡혀 나가는 듯하다. 딱히 회사 생활하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 

 

 

1. 연차나 병가 쓰기가 너무 좋다

병가야 뭐 그냥 그날 아침에 '매니저님 저 아파서 오늘은 일 못할 거 같아요' 하면 끝이고, 연차는 웹사이트에서 신청만 하면 끝이라 쏘 심플. 시니어들 연차 1주일씩 쓰는 것도 흔하게 봤고, 유급 휴가는 정해져 있지만 회사 휴가 자체는 무제한이라 다들 쓰고 싶은 만큼 쓰는 듯하다. 

 

2. 서양은 다르긴 다른 이 인싸력

내 인싸력이 아니라 서양에서의 인싸는 급이 정말 다르다. 회사 모든 부서 사람들, 누굴 처음 보더라고 대화 걸며 안녕! 너 이름이 뭐야! 시전 하는 이 몇몇 인싸들이 좀 부담스러울 때가 많긴 한데, 그래도 누군가 낙오되지 않게 한명씩 챙겨주려는 느낌이 들긴 했다. 가끔 이 인싸들 때문에 오피스가 시끌벅적해서 우리같이 개발해야 되는 개발자들에게 지장을 줄 때도 있지만, 그래도 회사에서 그런 분위기가 난다는 게 신기하다고 느끼는 난.. 역시나 토종 한국인이다...

 

3. 일하면서 고민, 힘들 때 든든한 상사

나 같은 경우는 매니저 님이 정말 많은 동기부여가 되었다. 나중에 나도 저런 시니어 개발자가 되어야지...라는 꿈도 생겼다. 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자신감도 굉장히 없었는데 그런 나에게 정말 힘이 되는 이런저런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셨다. 다른 시니어 개발자가 말을 4가지 없게 해서 상처 받고 위축되었던 날이 있었는데, 그날 결국 고민을 털어놓으니 이런 말들을 해주셨다.

 

"우리가 정말 많은 면접자들을 봤는데 네가 그 중에 최고여서 너가 뽑힌거잖아. 그 말은 너가 정말 최고의 주니어 개발자라는 거야. 그렇지 않았으면 너가 어떻게 이자리 까지 왔겠어. 넌 최고의 주니어 개발자고, 너가 여태 해왔던 프로젝트들이나 과거에 해왔던 모든 것들이 다 너무나도 대단해서 우린 너가 최고라고 생각한거야. 우린 너보고 지금 잘해야 된다라고 믿는게 아니라, 너가 잘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될 거라고 믿는 거야.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 누가 뭐래도 너는 대단하고 완벽한 사람이야!"

 

라며 위로해 주셨었는데, 안 울려던 눈물이 주르륵 나고야 말았다. 엉엉 울면서 늘 저한테 큰 동기부여가 되신다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자기까지 눈물 나겠다며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던 기억이 있다. 늘 텍스트로 할 때는 누구보다 차가워 보이는 매니저님이지만 실제로 이야기하면 정말 좋으신 분이라고 아직은 그렇게 생각이 된다. 남편한테 매니저가 좋은 분 같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음 영국은 대부분 주니어 챙겨야 되는 매니저들이 그렇다는데 다른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다. 

 

4. 워라밸 완벽

일하면서 워라밸 챙기기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때나 출근해서 퇴근이기 때문에 나는 8:40~4:40분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4:40분에 퇴근해서 집에 오면 5:30 정도라서 가볍게 워라밸을 챙길 수 있다. 야근 그런 거 절대 없다. 토종 한국인으로서 열심히 한다고 일 관련된 거 주말에 좀 보려고 하니까 매니저가 들여다 보지 말고 꼭 쉬라고 신신당부까지 하셨다. 이미 평일에는 개인적으로 일 관련된거 퇴근 후에도 공부하고 그러고 있긴 하다. 어차피 다 내가 결국에 알아야 하는 거고 공부해야 되는 거라서 일이라고 생각은 안 하고 있다. 지금은 일하는 거 보다는 대학교 학생 같은 느낌이다. 배우면서 다니는 중이라 딱히 일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돈 받고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단점

 

 

1. 역시나 영어다.

이 놈의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위염이 다시 도졌고, 그래서 이번 주는 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4년이나 대학교 다니면서 유학했으면 영어 잘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대학교 4년 내내 어울린 친구들이 굉장히 Toxic 한 친구들이었어서 일상 대화보다는 욕을 찰지게 배웠다. 그래서 그런지 회사에 들어오고서 일상 대화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나 라는 고민들이 생기고야 말았다. 벤도 말을 많이 하는 편이나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벤한테 배운 표현들도 몇 가지 안되기 때문에... 아직도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영어 때문에 화나서 엉엉 우는 날들도 있다. 

 

2. Major가 될 수 없는 이 느낌.

유학하는 친구들이랑 늘 대화하면 나오는 주제는, 그 나라에서 major가 될 수 없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뭔가 방랑자, 겉으로 떠도는 느낌이 강하다...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 느낌이 있다. 설명하기 어려운데, 뭔가 사람을 굉장히 외롭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건 그냥 물물교환 했다는 느낌으로 살 고 있다. 한국에서 교육열이 엄청나서 아이들이 학업 스트레스 엄청 받는 게 여기는 덜하고, 한국에서 몇 기업 제외하면 워라밸을 챙기기 힘든데 여기선 챙길 수 있으니까, 또 자랄 아이들도 학업 스트레스는 한국만큼 받을 일 없으니까... 대신 외국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고 이런저런 단점들이 많으니까 이런 저런 점들을 물물교환 했다고 생각하며 그냥 산다. 저런 장점을 얻는 대신에 희생해야 되는 부분.

 

3. 뭔가 이유 없이 나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사람 비중이 많은 느낌.

뭐 요즘은 다인종이 더 늘어났다고 하지만 그래도 내가 IT계열의 여자라서 무시를 하거나 마음에 좀 안 들어하거나, 아니면 다른 인종이라 마음에 안 들어하는 사람은 어딜 가나 있다. 

 

 

 

 

 

 

 

 

 


 

느끼는 점

 

주니어 개발자로서 개발을 잘해라, 보다는 회사에 맞게 개발하는 방법을 하나씩 잘 배워나갈 수 있는 환경이 사내에 잘 구성되어있어서 압박감이나 부담감 없이 모르는 것들은 물어보며 프로젝트를 천천히 진행해나가고 있다. 시간에 그렇게 쫓기는 느낌은 아니다 보니 부지런히 하면 꼼꼼히 하나씩 공부해나가면서 개발할 시간도 충분히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개발자들의 성향이 내성적인 성향이 많고 팀 분위기 자체도 개발에 열중하고 대화가 적다 보니 확실히 다른 비즈니스적인 부서들이랑 분위기 차이는 있는 듯하다. 매니저도 농담삼아 '우린 그냥 구석에서 개발이나 하는거 좋아하는 개발자들이잖아' 라는 농담을 던지곤 하는데, 외향적인 나도 개발할 때는 초집중해서 그거만 해야되기 때문에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 없었다. 다들 똑같다고 생각이 든다... 외향적이여도 개발자가 된 순간 만큼은 내성적인 사람으로 착각할 만큼 그 일에 몰두해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팀 분위기나 대화 주제 자체가 공대 공대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가끔은 말 많은 마케팅 팀이 부럽기도 하다. 

 

또 한국인들이 많이 그립기도 하다. 나는 유학생활할 때 나만의 룰이 한국인과 절대 안 지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일랜드에서도 알고 지내는 한국인이 없었다... 이것과 관련된 글은 나중에 적어보도록 해야겠다. 나름 인도 유학생활에서의 경험에서 이런 룰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사연이 길다. 이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알고 지내도 되는 정도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랑 매달 온라인으로 모임을 가지지만, 또래들과 직접 놀던 날들이 그리울 때가 많다. 맨체스터 사시는 분 어디 없나요~

 

오늘은 이 정도로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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